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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바다

2007. 8. 10. 22:42


순백색 구름을 이고
때늦은 바람을 안고
듬성 듬성 몇그루 나무 키우는 섬들을 띄우는
바다는
 
아기들의 발자국도
튼튼하게 지은 모래성도
실연한 남자의 흐느낌도
원래부터 없었던 양 흔적도 없이 삼켜버리는
바다는
 
물이기 이전에
근원의 태반
요람이자 무덤
그런 상처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로 무마시켜주는
내 어린 날의 엄마이기도 하며
내 젊은 날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에게 내 비밀을 던졌고
그는 내게 잔잔한 약속을 주었다
그에게 나는 넋두리로 일관했지만
그는 내게 찬란한 희망을 주었다
 
바다는
올때마다 다른 빛깔과 다른 소리를 준비하지만
내가 그에게 받게되는 테라피는 항상 똑같다
 
돌아가라
때묻은 잠재 안의 기억과 부대낌 속으로
잊어라
놓치지 않으려고 움켜쥔 욕망의 분노를
무릎꿇어라
그저 높으신 부르심만을 네게 들려주시는 지존자의 발 앞에
채워라 너의 마음을
바람으로, 나무로, 파도로, 구름으로,
쉼 없이 울어대는 갈매기의 자신감으로
 
그렇게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이고
그래, 그가 하는 말이니 그게 맞겠거니 하며
내가 아니어도 또 일년동안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바다를 뒤로한 채
해가 저물지 않은 길위를 달려
꿈을 꾼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아직 질투의 눈빛도 채 가시기전인
일상에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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