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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비 오는 날

2007. 11. 21. 00:01


조금 앉아있다가
비가 그치는 걸 확인하고
다시 무거운 허리를 펴고
자리로 돌아왔다
 
늦가을 싸늘한 공기에
튀는 빗방울은 시원하기만 했으나
언제가부터 이걸 즐기고 있는것 같다는
김대리의 나즉한 비아냥이
마흔해가 훌쩍 넘어버린
내 흰머리에 척 달라붙어
왠지 어울린다는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날 손마디 사이에 있을법한
담배 한가치도 잊은채
이제는 나라는 사람 잊었을지도 모를
희미한 얼굴이
고질병처럼 내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비가 새어 물든 면회소 벽
비닐테이프로 누렇게 엉겨붙은 창틀 사이로
마지막 인사하러 왔다며
눈물 두어방울 선심쓰듯 보여주며 돌아선 사람
그게 고마워 밤을 새우며 모포 안에서
숨죽이며 흐느끼던 나
 
둘째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다는
마지막 소식을 들은지도 어언 십여년
그만큼 저며내고도 아직 남아있는건지
피 섞인 기침은 눈치도 없이 적막을 흐트린다
 
비 속에서
스물두살에 멈춰 있는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비 속에서
지지리도 못난 인생의 자화상이 젖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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