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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눈 오는 날

2007. 12. 4. 15:16


올 겨울은
오늘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쌓여가는 계절의 이른 세포들이
비록 전나무는 아니지만
비록 벽난로 있는 산장은 아니지만
엉성한 무대에 올려진 최고의 연극처럼
소복히 얹혀진다
 
 
그날
스무살이라는 나이가
언제까지든 영원할줄 알았던 시절
너른 길에 쌓인 눈 덕분에
달빛도 없이 환하게 밝았던
새벽 두시
 
바알갛게 언 손을 비비며
찾아갔던 그곳
 
그곳엔
하얀 눈이 있었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던 네가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던
아직 하얗던 내가 있었다
 
 
웬일인지
올해 첫눈은
이렇게나 많이 와주었고
털털거리는 차 안에서 창으로 내다보는
눈 많이 덮인 잡목들도
썩 나쁘지 않은 감격을 가져다준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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