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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인디안 써머

2004. 12. 15. 12:11
그것뿐이었다

그 사무치던 감정도
죽을것처럼 피맺히던 열정도
그 가슴을 부여잡고 애절히 외치던 목소리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그것뿐으로

내 손목과 발목엔 굵은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고
"조용히 마음 접고 돌아가면 그것을 풀어주마"
목소리는 귓청을 울리며 사라져갔다

하루라도 그 불길을 멈출 수 없고
한시라도 뇌리에서 벗어나질 않았던
화려하고 초라한 나의 마지막 인디안 써머

죽는 방법과
사는 방법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기다림

2004. 12. 9. 12:07
기다린다는 것은

모든걸 내려놓고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잠시도 눈을 감지 못하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기다리는 것


기다린다는 것은

나는 없고 그분만 있는 것
과거는 없고 다가올 시간만 있는 것
뼈마디를 아리는 고통과 시련도
곧 도래할 시간만을 바라며
없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기다림

환란

2004. 12. 7. 18:55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요?

크신 의의 오른손으로는
당신은 무엇을 붙들고 계신건지요?

내 삶의 갈림길마다
당신의 보혈을 흘려놓으신 길을
따라 가고 싶었지만

한번도 정답을 가르쳐주시지 않은
공허한 내 기도들은
머리속 서랍들마다 차곡 차곡
이젠 기억도 잘 못하고 있는게지요.

애써 모아놓은 낙엽을 흐트리고 도망가버리는
초겨울 회색 바람과
그 사람의 뒷모습은
어찌 그리 닮아있는지요?

당신에게 목이 터져라 소리쳐서라도
이 모습을 다 고하고 싶습니다.

여호와
나의 주님이시여..

수혈

2004. 11. 29. 18:43
한두번씩

내 안에서 밖으로
또 밖에서 안으로

무엇이 되었든 수혈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은혜의 강물도 되고
죄악의 쓴뿌리도 되며
애증의 커다란 불기둥도 되고
가식적인 플라토닉도 되어

날 마음대로 주물러
의사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만신창이의 평안
시커먼 피멍들만 가득한 승리

그것은
짓눌리고 침뱉음 당해도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날 수가 없는
고작 비겁한 소시민의 변명이다

뒷모습

2004. 11. 26. 18:42
돌아왔을땐 이미
그의 뒷모습만 볼 수 있었다.

그는 그의 책임을 다하고
그의 분신들을 바라보면서
눈도 감지 못하고
그렇게 뒷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
한마디 말도 못 건넨채
그렇게 보내고 왔다.

몇일 후의 내 모습도 그러할 것이기에
나는 미약하나마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잘가거라 아.름.다.웠.던.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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