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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외로움

2007. 3. 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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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들로 둘러싸인 출근길 위에서
문득 외로움을 발견했다
 
사람 많은 대형마트 식당가에서 여럿이 함께 밥을 먹다가
문득 외로움을 발견했다
 
봄비치고는 많이 쏟아진 이번 비에 흠뻑 젖은 거리를
십삼층 높은 사무실 창문으로 내려보다가
문득 외로움과 마주 대하게 되었다
 
싸늘한 바닥에 앉은 새벽 세시
밖으로 보이는 바알간 승용차 불빛들이 보기 싫어
옅은 올리브색 블라인드를 내렸다
 
순간
 
어둠속에서 오랜만이라고 멋적은 웃음으로 손을 내미는 그를
난 굳이 마다하지 않았고
그도 날 발견한 것이 기쁜거라고 착각했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입가에 돌던 바람이
비웃음이라는걸 쉽게 알게되었다
 
스물세살 치기 어린 얼굴로
지금 내 나이가 되면 그런 녀석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거라고 믿었던
내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비웃듯
아예 내 옆에 자리를 펴고 눕는다
 
생각이 두려워 눈도 감지 못했던
생각할 틈도 주지 않으려 바쁘게 살았던
생각이 싫어서 생각이 미워서
내가 아직도 그 생각 때문에 입술을 깨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잊고 살았던
그가 다시 형체를 입고 이렇게 나타났다
 
꺼져
 
나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고
그는 사라진듯 보였다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고
아침이라며 나를 불러 깨우는 목소리에 일어나보니
블라인드 사이로 든 밝은 햇살과
창문을 열고 맞은 시원한 바람에
너무 안어울리는
 
외로움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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