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빈집

2006. 2. 8. 12:25
하루는 너무 길다고
그분께 고백했다
빈집에 잠시 들어왔던 도둑고양이는
먹을것을 찾지 못해 이내 떠났지만
그뒤로 빈집에겐 긴 하루가 더 길어졌다

광활한 우주 모든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하나 하나 주관하시려면 많이 바쁘실거야
미련하게 살아있는 고양이를 사랑해버린
빈집 따위의 고백을
펼쳐볼 시간이나 있으시겠어?

가랑비는 지붕과 벽과 좁은 앞마당을
숨쉴틈도 없이 가득 적셔놓았다
더 부어주셔서
이대로 잠길 수 있게 해주세요

하지만 잠시뿐
빈집은 메마르고 긴 여름날의 하루를
뜨겁게 자신을 태우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를
고양이를 기다린다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9)
후유기 (5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태그목록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