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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장마

2005. 7. 9. 11:32
기다려왔던 비가 실컷 쏟아지고
그 틈을 타 숨겨왔던 마음들 실컷 쏟아내본다

언젠가 웃음으로 기억해줄 날이 있겠지

많은 비가 내릴땐
다시는 해가 뜨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니,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큰 탓이리라

언젠가 진심으로 기억해줄 날이 있겠지

하얗게 아름다운 눈보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보다
난 이런 축축한 비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손을 내밀어 기다리면
정에 못이겨 비를 내려주는 여름과 같이
미약하고 소극적인 자존심

언젠가 이해함으로 기억할 날이 있겠지

이렇게 비와 내가 하나가 되어 쏟아지면
순간은 영원처럼 정지되어
그 빗방울 하나하나처럼
내가 했던 진실의 말들이
멈추어 그 생명을 다해간다

언젠가는
차갑게 쳐다보지 않고도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지 않고도
저만치 거리를 두어야 안심하게 되는 마음을 갖지 않고도

"그래, 진심이었겠구나"

라고 믿으며
이 끝없이 쏟아지는 장마비처럼
아낌없이 주었던 모든 것을
받아들일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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