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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안개나무

2006. 2. 17. 12:45
오후 한시

새벽부터 짙게 덮혀있던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손톱 세운
검은 나무들을
꼬옥 안아주고 있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빽빽한 낮안개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삶이
많이 닮았다는 어줍잖은 이유로
어쩐지 하루를
응큼하게 비웃으며 보냈다

기가 막힌 인생들과
마른 뼈 같은 나뭇가지들
그리고 이제 만성이 된
내 쓴뿌리같은 한숨들은
늦은겨울색 뽀얀 안개속에 갇혀
내것이 더이상 내것이 아니라는
그 한가지에서 만날 수 있었다


푸르러라

언제 그랬냐는듯
이 짙은 안개 걷힐 때
너희들의 모든 젊음을 다해서

푸르러라

피를 토하며 너의 사랑을 외치며
그 날카롭던 손톱이 무뎌질때까지 땅을 끌어안고
마지막 몸부림을 쳐도 되돌릴 수 없다 하더라도

푸르러라
눈이 시리도록 푸르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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