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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계단

2006. 3. 12. 12:46
긴 광야를 지나
목표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콘크리트 싸늘한 잿빛 턱은
겨우내 차가운 햇빛에 그을였던 자욱인양
내팽개쳐져 있었다

선택보다 운명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교과서보다 이모션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궁극적 I형 나에게도
이렇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쥐게 하는 그 무엇이
계단 앞에 놓여있었다

꿈결같은 시간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지옥 문 앞의 오르페우스처럼
난 매일 그 시간들을 위해 하프를 켜고
난 매일 그 뒤를 돌아보고
또 매일 돌이 되고 만다

이렇게 첫 단도 한번 밟아보지 못하는
하루 하루의 후유기는
이 숱한 인과의 사슬로 얽힌 모든 핏빛 기억들로
가득히 채우고
또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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