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에 걸친 반복된 광기로
메마른 열매들을 맺고
잊고 살아왔던
아니 잊고 살아왔다는걸 알게된
푸르고 또 붉고 또 잿빛이었던
내 젊은 날의 진달래가
스무해가 지나
이렇게 초라해진 내 빈 영혼 속으로 스며들었다
일찍 알게되었다면
이만큼 눈물 흘리지 않았을까
성숙이 아닌 눈가림으로만 겹쳐 쌓아놓은
바램과 사실과 현기증들
그렇게 하나둘씩 토해낸
퇴색된 하루하루들은
나날이 줄어만가는 내 기도와
나날이 늘어만가는 내 욕심으로
숱하게 흩어놓기만 한다
일찍 알았다면
이만큼 놓치고 후회하지 않았을까
무겁게 한잎씩 떼어낸
진홍빛 슬픔들이
고맙게도
미처 숨기지 못한채 흘러나온 내 위선을 가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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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가슴으로 스몄으면
사월 목마른 사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타는 가슴으로 스몄으면
진달래 - 하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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