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앞 사거리에서 장터처럼 떠들던 아저씨들도 다 어딜 갔는지 고요하여
가끔씩 들리는 길냥이 울음소리만 지루한 내 낮잠을 깨울 뿐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나 내 생각은 묻지도 않고 사람 많은 언덕길로 나를 끌고 갔고
안그래도 울퉁불퉁한 돌길은 사람들이 집어 던진 나뭇가지와 옷으로 뒤덮여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울 판이었다
설마 어린 내 잔등에 누굴 태우겠어 라고 생각한 건 나의 오판이었다
그분은
힘들고 시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툴툴거리는 내게, 갈기도 아직 듬성듬성한 내 목을 어루만지며 나즈막히 속삭이셨다
"네가 복이 있구나"
이제 그날은
따분하고 의미없던 이 마을에
막혔던 분수가 터져나오듯 시원한 물줄기가
그 분이 올라탄 내 등으로부터 시작해 길가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아니 저 멀리 보이는 예루살렘 성전까지도 뻗어나가는 그런 날이 되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에서부터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했던 내 안에는 환한 것으로 가득하게 되었고, 그 분이 내게 하신 단 한마디는 오랫동안 내 귀에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