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호수가 보이는 어느 탑 위에서
나의 흉악한 기억을 꽁꽁 묶어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있는 힘껏 내어 던졌다
둘.. 셋..
후두둑 하는 찰나에
판단보다 먼저 내 목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데시벨 높은 괴성을 듣고
'아차' 하며
조금 전 호수면 아래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쳐다보고 있던 눈이 내게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던져버린 기억에는
내 심장과 뇌를 잇는 회색 줄기가 엮여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낚시줄에 매달린 생선처럼
비늘을 희번득이며 포물선을 그린다
그 눈은 이제 웃음에서 진지함으로 표정을 바꾸고
표적을 발견한 독수리의 날개처럼
나를 위해 검고 깊은 소용돌이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