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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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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4. 06:51

흐트러지도록 그냥 둬
삶의 자락 자락이 서툴게 넘어가도
아주 서러운 것 없이 다독이지 못해도
딱히 맺혀있는건 없었으니까

아프도록 그냥 열어놔
혼자만 알고 있을 법한 추억들도
죽을 것 같다던 헤어짐의 고통도
그리 남아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니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깊이가
한 줌 모래 흩어버리면 모으지 못하는 것처럼
잊혀지고, 후회하고, 또 웃게 될거야

그 사람은 없을 것 같아?
긴 옷 입고 상석에 앉은 바리새인과 다를 것 같아?

민망하게 그냥 내놓아봐
크게 숨 들이쉬고 반짝거리는 너의 웃음 보여줘봐
오늘 하루도 넘어가지 못할 가증한 눈빛들
너의 푸근한 가슴팍으로 녹여줘

오늘

2020. 5. 12. 02:10

어제의 행복을 아쉬워 하며 오늘을 울지 말고
내일의 기대에 못미침으로 인해 오늘을 슬퍼하지 말자

걱정

2019. 5. 8. 19:57

걱정은 아무 힘도 없는 상상 속의 동물이야.

근데 그걸 애지중지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등 뒤에 진짜 괴물이 되어 너를 노려보고 있지

낙하

2019. 4. 24. 21:31

심연의 호수가 보이는 어느 탑 위에서

나의 흉악한 기억을 꽁꽁 묶어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있는 힘껏 내어 던졌다

둘.. 셋..

후두둑 하는 찰나에

판단보다 먼저 내 목구멍에서 흘러 나오는 데시벨 높은 괴성을 듣고

'아차' 하며
조금 전 호수면 아래에서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쳐다보고 있던 눈이 내게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던져버린 기억에는

내 심장과 뇌를 잇는 회색 줄기가 엮여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낚시줄에 매달린 생선처럼

비늘을 희번득이며 포물선을 그린다

 

그 눈은 이제 웃음에서 진지함으로 표정을 바꾸고

표적을 발견한 독수리의 날개처럼

나를 위해 검고 깊은 소용돌이를 만들어준다

 

새벽 III

2018. 9. 7. 13:34


아직 해가 뜨기 전, 조금씩 빛으로 물들어가는 어둠은, 아무리 버텨보려 해도 마침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너의 안에 있는 고통과 그늘도 그럴 것이다. 너를 둘러싸는 강한 빛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너를 봄으로 일깨우고, 그 안에 언덕 가득 자운영꽃이 피어나는 날, 네가 환하게 웃는 날


나는 그 언덕에 스며드는 단비가 되어 보이지 않아도 너를 채우고,  따뜻한 남쪽 바람이 되어 잡히지 않아도 너를 안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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