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지도록 그냥 둬
삶의 자락 자락이 서툴게 넘어가도
아주 서러운 것 없이 다독이지 못해도
딱히 맺혀있는건 없었으니까
아프도록 그냥 열어놔
혼자만 알고 있을 법한 추억들도
죽을 것 같다던 헤어짐의 고통도
그리 남아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봐야 얼마나 되겠니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깊이가
한 줌 모래 흩어버리면 모으지 못하는 것처럼
잊혀지고, 후회하고, 또 웃게 될거야
그 사람은 없을 것 같아?
긴 옷 입고 상석에 앉은 바리새인과 다를 것 같아?
민망하게 그냥 내놓아봐
크게 숨 들이쉬고 반짝거리는 너의 웃음 보여줘봐
오늘 하루도 넘어가지 못할 가증한 눈빛들
너의 푸근한 가슴팍으로 녹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