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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적응

2006. 11. 14. 12:57
한마디 욕심을 들고
긴 여행을 시작했다

첫걸음을 뗄땐
떨리고 쿵쿵거리며 뛰던 가슴이
가증스럽게도 익숙해져
이제 욕심이 욕심이 아닌게 되었다

비뚤어졌다고 생각했던 갓길이
직선으로 보이고
붉은색이었던 당신의 핏방울은
벌써 검어져
그만큼이나 지나가버린 길들을 되뇌어준다

이럴순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이 곧 자존심이었고
그것이 곧 내 턱을 세우며
다른이들을 정죄할 수 있던 기준이었다

내 주인 되신 그분은
절대 깨지지 않을 내 뼈마디들을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한두번으로도 아닌
깨어질때까지 두드려 부수어
적응시켜주고 있었다

그리도 애타고 간절했던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애증의 파란들은
늦가을 이 새벽 찬 바람에
허무하게도 쓸려가버린다

이별

2006. 10. 8. 11:56
처음엔 작은 이별

하나의 이별은
그동안 익숙해져있던
여러가지와의 단절이기도 하다

걸으려 먹으려 웃으려 누우려 잡으려 할때
앉으려 마시려 말하려 생각하고 떠올리려 할때
기대를 저버리고
예상을 깨뜨리며
생각지 못하게 어느 순간 한숨을 짓게하는
이별은 몸에 꼭 맞던 옷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아마도 처음 접할때보다
하루 하루 지날때마다 그 시간만큼
그 빈 자리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되는
이별은 커다랗게 버티고 있던 뒷산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나중엔 큰 이별

지난 시간만큼 커져서
꿈에서도 더 많이 마주치게 되고
한도 끝도 없이 더 새로운 모습으로 자라나서
처음엔 상상도 할 수 없던 광경이 되어버리는
이별은 흐드러지게 뿌려놓은 밤하늘 밝은 별들을 세는 것과 같다

미친 사랑의 노래

2006. 9. 20. 11:54

미친듯이 살고 싶다

  새벽녘 꿈에서 보았던 그 표정과 그 눈으로
  오늘이 아니면 안될것처럼

미친듯이 노래하고 싶다
미친듯이 사랑하고 싶다

  life without passion is a muck, useless lump of meat

  손에 쥔 것이 아무것 없어도
  발을 구를수 있는 땅이 있는것 만으로
  난 그자리에서

미친듯이 춤추며
미친듯이 소릴 질러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별은
  눈만 껌벅이며 앉아있기엔
  너무나 멋진 곳이기에

  이 시간은
  숨죽이며 망설이기엔
  너무나 뜨거운 시간이기에

미친듯이 옷을 찢어
미친듯이 눈물 흘리며
미친듯이 기타를 치고
미친듯이 뛰어

  운명이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그 광기가 이루어가는
  예정되지 않은 빈 계획표라는걸
  삶이란 이렇게
  왼쪽 뇌가 생각하기도 전에 가슴이 먼저 울어대는
  반쯤 미친 사랑의 노래라는걸

미친듯이 증명해내고 싶다

세상

2006. 9. 9. 11:52
왜 아직도 나는
너를 보내지 못하는가

왜 아직도 나는
너를 잊지 못하는가

대문밖 몇리를 걸어나와
날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멀리서 숨어 지켜 보면서도

왜 난 이리도 너의 끈을 오른손에 꽉 쥔채
너의 뜨겁디 뜨겁던 열정을 되뇌이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가

끈의 다른쪽 끝을
너는 놓은지 오래이건만

왜 아직도 나는
너의 망령을 놓지 못하는가

寒夏

2006. 8. 16. 11:51
오백일

그리고 육개월 쯤 지난 후에

예기치 못하게 반복된 충돌
그 한번 한번이 모두
큰 충격이고 큰 아픔이라니

선택되어진 미래에
미처 아물지 못한 머리 뒤로
전설에서 까치들이 몸을 던져 울렸다던
종소리처럼
쿵.. 쿠궁..
낮고 음산하게 퍼트려진다

참람한 핏대을 꼿꼿이 세우고
목젖을 떨며 변명하기를

"주고 받은 것입니다"

이른 새벽까지 내 몸을 짓누르는 열대야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영혼을 짓누르는 편협한 기억
무더운 공기와 그것보다 더 무서운 기억들을
씻기워줄

차갑고 날카로운
비를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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