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고자 죽을만큼 애를 쓸수록
더 잊혀지지 않던 것들이
기억하려 기억하려
마음을 다해 붙잡고 있어도
하나둘씩 강을 건너가는건
시간이라는 약과
망각이라는 축복
저승 문 앞에 흐르는 레테의 강물처럼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날 휘감고 놓치 않는다
기뻐하지 마라 이것은
네가 늙어간다는 증거
어떤이에게는 기쁨이지만
어떤이에게는 슬픔
어떤이에게는 저주가
어떤이에게는 축복
내가 손댄 그 자리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불행
누군가의 피치못할 선택이
내게는 평생의 미련
하지만
두조각 나 깨어진 병이
헤어진지 오래 되어
날카로움을 잃고 무디어진다고
그 기억조차 잊고
다시 만나도 맞물리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