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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ies of my indian summer

하루꽃

2005. 4. 6. 11:29
내려친다

마지못해 내어준 마지막 히든 카드
무정하게 받아든 손과
떨리며 늘어뜨린 자존심과 상실감

처음 경험한 그 눈물 속에서
진실은 무참히 외면한채
무작정 휘감아
내려친다

사랑한다는건
아무런 이유나 변명이 필요없이
계명성을 따라 무저갱으로 낙하하는
짙은 보라빛 랩소디


나에게
깊은 밤 편두통같은 고통을 주시고
그대신 그만큼의 악장을 허락하시는가요?

아니면
치기로 얼룩진 젊은날의 끝을
조소의 대상으로 방치하시는가요?


하루밖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그곳에서 하루를
흐드러지게 피어버리고 싶다

카키 블루

2005. 3. 16. 12:28
핏줄처럼 불거져 나온
내 마지막 밑바닥의 목소리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시간들
초조하게 숨죽였던 그 사선에서

"충분히 행복했잖아"

교묘하게 내 심장과 뇌를 비우고
그대신 비련과 애증을 가득 채워놓았다

삶의 한두군데 구멍쯤이야
다시 일으켜내며 산다고 하지만
발디딜 작은 공간도 없이 모두 녹아버린
이 광야같은 심장을
깊고 푸른 그 바다밑 한가운데
잃어버리고 싶다


다시

들을 수 있을까?

2005. 3. 1. 12:26
3월의 첫날,
늦겨울 아침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만다

힘겨운 라르고 템포에 몸을 맡기면
한두번씩 저며오는 통증이
가슴을 찢어낼듯 찾아오지만
그것마저 기쁨으로,
그것마저 한가닥 남은 행복이라 여기다

숱한 시간의 기억들을 이겨낼 수 있을만큼 되어
성숙이든 적응이든 안일이든 포기든
난 근거를 알수없는 로즈마리 짙은 향에
중독되어보려 한다

선택은 아니다
우리의 삶은 예정 가운데 물흐르듯 밀려갈 뿐
사람의 지나친 욕망과 열정은
그 물줄기를 뛰어오르려는 연어의 솟구침일 뿐
짙푸른색 너와 희멀건 카키색 나에겐 선택이 없다

섞이고 녹여내어 스며들고 뒤엉켜
내 욕심이 가득 설정되었다고 착각해보는것이
최적의 이룸

늦겨울 아침
파도처럼 일정하게 불어오는
찌릿한 진통 한 모금에
내 마음을 내어준다

12월의 열대야

2005. 1. 4. 12:14
양옆을 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미친듯이 달려온
사백일하고도 열나흘

내 주인은 이제 앞까지 가려버리고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난 아직도 앞을 보고 달려가고 있고
내겐 아직도 달려가야할 길이
끝도 보이지 않게 남아있다는 것

난 그것에 감사하고
내 주인에게 감사한다

무자비하게 물들어버린
내 영혼의 절정기
그 많은 시간들을
일년에 하루씩 지운다해도
난 사백살을 넘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또한
하루하루 그만큼씩의 추억알갱이들을
다시 돌이켜 뼈마디마디 새기고 있다.

그 매듭끝에
환한 웃음으로
긴머리 풀어헤치고 기다리고 있을
내 영육의 주인
당신을 위하여

자유

2004. 12. 24. 12:12
자유 한송이에 삼십육억일천사백만원
내게 자유를 파세요

아니 아니 아닌것 같아
그런 자유가 아닌
케이프타운행 편도 항공권으로 교환해주세요

구속하고 얽어매어
자유보다 더 환한 아름다움의 죄악을
얼마 안되는 가격으로
바겐세일 해주세요

미워하고 싶어도
훨씬 더 큰 사랑으로
날 입막음하는
미지의 시간 그 화려한 향연을
자유 한송이 대신 내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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